먼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화를 통해 함께 만나는 <가치봄영화제>에 출품하신 모든 작품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 심사위원은 PDFF경쟁 9편, 장애인미디어경쟁 10편의 영화중에서 장애감수성, 영화적 완성도, 독창성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수상작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주제의식과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영화적 완성도가 높고,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더한 작품들이 많아 공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올해의 작품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모두 주체적으로 함께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인상을 깊이 받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며 후반 작업하는 과정 모두에 배어있는 섬세한 배려와 따뜻함이 완성된 영화를 통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모든 제작진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후에도 보다 많은 작품으로 만나뵙기를 희망합니다. (김일권)
PDFF경쟁
[대상]
<잘가, 안녕>, 이현빈크리스마스 캐럴이 아득히 들려오고 눈 내리는 하늘 아래 외로운 십자가가 선 겨울, 영화는 신의 부재를 예고하듯 고요하게 문을 연다.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딸은 자신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하루하루 조용한 사투를 벌이고, 실제 장애인 배우가 한 음 한 음 힘겹게 길어 올리는 내레이션은 대사 없는 그녀의 내면을 한 편의 산문처럼 펼쳐 놓는다. 시야를 좁힌 화면비와 차가운 블루톤, 느린 호흡의 절제된 카메라는 관객을 인물의 고립 속으로 끌어들이며, 보여주는 것보다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부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감사,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이끌림처럼 장애인 영화가 오래 금기시해 온 영역을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긴장으로 밀고 나가면서도, 영화는 활동지원사라는 존재를 곁을 지키는 연대의 얼굴로 그려낸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혹은 그저 한 사람의 삶인지를 끝까지 묻는 이 겨울의 이야기는, 부모를 떠나보낸 자리에서 홀로 서는 법을 배워가는 장애인 자립에 관한 서늘하고도 단단한 은유로 남는다. (이상철)
[우수상]
<떨리는 손_우리들의 참정권 이야기>, 추병진투표용지 앞에 선 ‘떨리는 손’은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의 신체적 긴장이자, 그 한 표에 닿기까지 가로놓인 현실의 불합리함을 함께 가리키는 중의적인 이미지다. 영화는 이 손끝의 떨림을 따라가며 장애인 참정권이 놓인 오늘의 자리를 과장 없이, 그러나 외면하지 않고 담담하게 응시한다. 카메라는 장벽 앞의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그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가는 작은 성취의 순간들까지 성실하게 기록한다. 그렇게 영화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면서도 오랫동안 셈에서 비켜나 있던 이들의 목소리에 조용히, 그리고 끈기 있게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말해야 할 것을 분명히 전하는 화면 속 인물들처럼, 이 영화 역시 그 차분한 따뜻함으로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상철)
장애인미디어경쟁
[최우수상]
<함께 먹자 밥>, 조상지서러운 밥상, 평범한 밥상, 평등한 밥상이라는 3개의 블록 구조를 통해 영화는 ‘밥’을 매개로 장애인 인권 운동이 성장해 온 역사를 그려낸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남들과 함께 밥 먹는 것조차 눈치 보던 시절의 경험은 먹거리로만 생각하던 다른 동물에 대한 평등 감수성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것은 밥상에서 고기를 걷어내는 비건 밥상으로 외화된다. 사회적 약자와의 공존, 동행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낮고 따뜻하지만 강력한 목소리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맹수진)
[우수상]
<반>, 안동환통합반 학생 동현은 수행평가 발표에 자기에게 할당된 2줄 대본을 열심히 준비한다. 친구들은 2줄밖에 안되는데 대충하라고 하며 무시한다. 수행평가 발표가 있는 날, 그는 준비한 대본을 손에 쥔 채 일반반 교실에서 통합반으로 옮기며 끝내 발표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교실밖에서 창문을 통해 자기가 빠진 발표를 보고 있는 동현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반>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동일한 교육 환경에서 함께 학습하고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에 통합되도록 한다는 시스템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감독이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하며 섬세한 감정들을 과정되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무겁지 않게 대안적인 교육 현장의 현실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김일권)
특별 언급
<나는;>, 주현민
집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실연의 아픔을 달래던 주인공은 장애인 이웃의 민원을 받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무서운 장애인 이웃들이 버티고 있는 바깥 역시 노래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아 보인다. 겁 먹은 주인공이 도망가려는 순간 그녀에게 다가온 장애인들은 뜻밖에도 함께 노래하자고 청한다. 편견이 걷히니 함께 노래하는게 즐겁다. 내친 김에 함께 노래방을 찾아 나서지만 아무 것도 아니던 노래방 가는 길이 장애인 친구들과 동행하는 순간 전쟁이 된다. 비장애인을 낯설고 위협적인 공간과 타인의 시선에 속박된 장애인의 위치에 세워놓고 역지사지의 상황을 유머러스하고 경쾌하게 풀어낸 영화. (맹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