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가치봄영화제 포스터
제27회 가치봄영화제의 포스터는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화면 한가운데, 지퍼로 여며진 마름모꼴의 창이 자리합니다. 마치 스스로 닫아걸었던 문을 다시 열어젖힌 듯, 지퍼는 활짝 벌어져 그 안에 담긴 풍경을 세상에 내보입니다.
창 너머로는 푸른 하늘 아래 뾰족한 산줄기가 이어지고, 초록빛 들판 위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오른쪽에 우뚝 선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맑게 흐르는 물, 작은 섬은 오랜 시간을 딛고 흘러온 삶의 궤적을 닮아 있습니다. 마름모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주황빛 선은 풍경을 위아래로 나누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창 안에 하늘과 땅을 함께 품어냅니다. 마름모를 감싸는 희고 옅은 푸른빛은 마치 눈 덮인 산속에서 창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고요함을 자아냅니다.
작가는 사고로 빛조차 볼 수 없게 된 뒤, 자괴감과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 세상과의 관계를 닫아걸었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다시 붓을 들면서 마음의 문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동료와 동료—우리를 잇는 모든 관계는 마음의 문을 닫는 순간 앞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그 문을 활짝 열면, 이 작품 속 풍경처럼 맑은 물과 밝은 빛이 다시 마음에 깃듭니다.
닫힌 문 너머에도 언제나 이토록 환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 포스터는 조용히 건넵니다.
- 원작: 열린마음의 세상 by 시각장애 작가 박환(에이블라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