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가치봄영화제의 개막작은 장철수 감독의 <정적>입니다. 심너울 작가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정적>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줍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정적 현상’이 발생하는 동네를 떠나가지만 가족을 잃은 우울함과 도시의 소음이 유발하는 두통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 나울은 정적 속에서 오히려 평안함을 느낍니다. 소리 없는 환경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동네를 떠나지 않기로 결심한 나울은 근처 한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소리가 없어진 세상이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으며 이 뒤바뀐 세상이 그들의 삶에 새 국면의 계기가 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변화를 경험한 나울 역시 앞으로의 삶이 지금까지와 다를 것임을 깨닫습니다.
<정적>은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소리를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타인과의 소통에 소리가 그렇게 필수적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비장애인이 감각을 상실했을 때 그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장애에 대한 인식 전환의 좋은 예를 제시합니다. 만약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근본적인 조건이 뒤바뀐다면 그 구별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질문하는 영화 <정적>은 가상의 설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습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올해 가치봄영화제를 열기에 걸맞은 수작입니다.
정적
감독 장철수 | 2023 | 41분 | 극영화 | 전체관람가
어느 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일상 속 예고 없이 찾아온 ‘정적’. 마포구와 서대문구 지역에서만 소리가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서 집값은 폭락하고 사람들은 정적구역을 떠난다. 하지만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우울함에 잠겨 있던 대학생 나울은 정적 현상 이후에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집안에만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본인처럼 정적 구역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울은 그들이 모이는 곳에 찾아갔다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지수를 만나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소리 없는 세상에서 어떤 길을 나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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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수
1974년 강원도 영월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2002) 연출부를 거쳐 다수의 작품을 조감독, 연출을 맡았다.
첫 장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2023 <정적>
2022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0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